베터가 휴리스틱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휴리스틱에 의존하는 이유는 진화 때문입니다. 우리의 먼 조상들은 복잡한 생명에 위협을 주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상황을 가늠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속사포처럼 행동하는 방법을 발달시켰습니다. 속사포 행동법이 통했던 조상은 세대를 걸쳐 이를 전수했고, 여전히 우리는 여기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방법을 쓰면 안 될 때도 이에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휴리스틱 소개
앵커링
앵커링은 특정 유형의 항목 중 가장 개연성이 높거나 연속적인 사건을 따라 가장 개연성이 높은 값을 추정하는 사람들의 능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 한 그룹이 UN 가맹국 중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의 비율을 추정하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이를 대답하기 전에 참가자들은 임의로 한 숫자(이하 앵커)를 뽑는 과정을 목격하고 아프리카 지역 국가의 비율이 앵커보다 높은지 낮은지에 관한 질문을 받습니다. 그러고 나서 UN 가맹국 중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의 비율을 직접 추정합니다. 참가자는 앵커가 무작위라는 것을 알아도 앵커를 기점으로 추정치를 낼 것입니다.
미처 깨달을 새도 없이 추정치를 임의의 지점에 앵커링 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앵커를 작업 가설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은 작업 가설이란 한 기점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는 것을 주저합니다.
이 현상은 마케팅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베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베터는 베팅에서 앵커를 경계하고, 핸디캡과 확산된 가치가 알게 모르게 나의 판단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가용성 편향
가용성 편향은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기거나 기억하기 쉬운 사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려는 경향에서 나타납니다.
"이를 베팅에 적용하면, 베팅 시 좀 더 최근 또는 기억에 남는 결과에 과도한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사람들은 테러 공격이나 지진과 같은 극적이고 충격적인 사건과 관련된 위험을 과대평가합니다. 지진 발생 직후에 지진의 위험은 크게 감소하지만, 지진 보험의 판매량은 증가합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많은 사망 보험 중 테러로 인한 사망 보험에 더 높은 보험료를 지불하려 합니다.
이를 베팅에 적용하면, 베팅 시 좀 더 최근 또는 기억에 남는 결과에 과도한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스스로 한번 물어보세요. 0-0 무승부를 떠올리는 게 더 쉽나요, 점수가 많이 난 경기를 떠올리는 게 더 쉽나요?
아마 대부분 후자를 떠올리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은 건 아닙니다. 베터들은 축구에서 레드카드나 코너킥 같은 사건의 빈도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사건들이 중요하고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인지된 확률과 베팅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사람들은 가용성 편향 때문에 관련된 사건이 실제보다 더 가능성이 높다고 잘못된 결론을 내립니다. 따라서 이는 베터들이 총계 시장에서 오버를 선호하는 일반적인 현상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다각화
이 휴리스틱은 순차적 선택이 아닌 동시적 선택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이 더 큰 다양성을 보여주는 경향을 설명합니다.
예: 초콜릿 종류의 개수가 동일한 한 선택 상자에서 초콜릿 5개를 선택하라는 요청을 받으면 개인은 초콜릿 5개를 순차적으로 선택할 때보다 더 다양한 선택을 합니다.
이를 베팅과 연관 지었을 때, 펀터들은 기회가 더 다양해 보일 때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홈팀에만 베팅하는 것보다, 다양한 베팅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무승부와 원정팀에 베팅하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댓값이 크지 않으면 굳이 더 많은 돈을 베팅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헌신 및 매몰비용의 증가
이 휴리스틱은 잠재적 비용이 잠재적 이익을 능가함에도 불구하고 누적 투자액을 늘림으로써 헌신을 정당화해야 한다고 느끼는 방식을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연속적으로 짧게 일어난 무작위 사건들이 더 긴 사건을 대표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흔히 ‘이미 많은 돈을 낭비한 것에다 돈을 더 쓴다’고 합니다. 한 예로, 사람들은 재미없는 영화를 볼 때 그 영화를 보는 데 이미 시간과 돈을 투자했고, 그 투자를 정당화하기로 했기 때문에 보기 싫은 영화를 끝까지 봅니다.
이는 베팅에서 펀터가 즉각적이고 작은 손실을 감수하기보다는 큰 비용이 희생될 확률이 높은 베팅을 계속하는 경우와 동일합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손실을 줄이는' 대신 그들의 원래 결정을 정당화하려는 비이성적인 결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표성 또는 도박사의 오류
사람들은 연속적으로 짧게 일어난 무작위 사건들이 더 긴 사건을 대표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건들이 통계적으로 독립적이라는 사실을 무시한 생각입니다.
예: 도박사의 오류는 1913년 몬테카를로 카지노의 룰렛 테이블에 검은색이 연속으로 26번 나왔기 때문에 몬테카를로 오류라고도 불립니다. 15번째 검은색이 나왔을 때 어마어마하게 많은 베터들이 빨간색에 베팅하며 이번에는 검은색이 나오지 않을 거라고 가정했습니다. 이는 한 스핀이 다음 스핀에 영향을 미친다는 비이성적인 믿음을 보여줍니다.
도박사의 오류는 행운/불운의 연속에 대한 믿음인 핫핸드 오류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일련의 사건처럼 보이는 이례적인 일을 경험하면 그 속에서 자신의 운이 아주 좋거나, 운이 다 떨어졌다는 등의 특별한 의미를 추론합니다.
과연 계속되는 연승이 기술이나 운 때문일까요?
도박사의 오류는 1980년대 한 연구에서 '슛을 성공시킨 농구선수는 처음 슛을 성공했기 때문에 다음 슛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핫핸드 오류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룰렛, 복권, 주사위 게임과 같은 우연의 무작위 게임과 특히 밀접합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행동하려 노력하지만 본능의 방해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갬블러가 도박사의 오류를 범하는 순간 큰 대가가 따를 수 있기 때문에, 점심 메뉴 결정을 제외하고는 직감을 최대한 무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기사가 여러분의 심금을 울렸다면, Daniel Kahneman & (故) Amos Tversky의 글을 추가로 읽어보세요. 이 두 사람은 인지편향 분야에서 이룬 획기적인 업적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으며 Kanheman은 경제학자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가 베스트셀러로 내놓은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Thinking Slow)"에는 연구 업적의 상당 부분이 요약되어 있고, 베팅처럼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위험에 기초한 결정을 내리는 방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실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고 고민해야 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또한 실제 세상에 있는 모든 변수를 다 고려할 수도 없습니다. 즉 제한된 정보와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서 가장 이상적인 답을 구하기보다는 현실 속에서 어느 정도 만족할(제약요건과 타협한) 답을 구하게 됩니다. 그래서 현실 속의 사람들은 불충분한 시간, 충분하지 않은 정보로 인해 과거 경험(시행착오)이나 지식에 의존해 판단하거나 합리적 판단이 필요하지 않을 때 빠르게 판단할 수 있게 휴리스틱을 사용하게 됩니다. 휴리스틱의 어원을 보면 '찾다','발견하다'의 뜻으로 라틴어의 'heuristicus'와 그리스어 'heuriskein'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휴리스틱은 수학 분야에서 1945년 폴리야(George Pólya)가 그의 저서(How to solve it)을 통해 휴리스틱을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데 연결해 활용했습니다. 이후 사람들이 이렇게 직관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을 경제학자인 사이먼(Herber A. Simon)이 지칭했던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을 통해 증명됩니다. 휴리스틱은 1970년에서 1980년대 행동경제학으로 유명한 트버스키(Amos Tversky)와 카너만(Daniel Kahneman)에 의해 많이 연구되기 시작합니다.
휴리스틱은 우리 일상에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물건을 고를 때부터 사람을 판단할 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작동되면서 편향(bias)을 가져오게 합니다.
이런 휴리스틱은 기준점과 조정 휴리스틱(anchoring and adjustment),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sitic) , 감정 휴리스틱(affect heuristic) 등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이렇게 설명하고 린다에 어떤 사람일지 물어보면 응답자의 85%가 1>3>2 순서로 린다를 예측합니다. 왜 이럴까요? 사람들이 대표성 휴리스틱을 사용해( 즉 사람들은 저장된 이미지를 떠올려서) 린다라는 사람의 특성을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실제 현실 속에서는 은행원 수가 페미니스트보다 휠씬 더 많습니다. 한편 3번이 많이 나온 이유는 사람들은 위 설명을 읽고 나서 은행원일 확률보다는 페미니스트이면서 은행원일 거라는 2개 특성을 동시에 가진 것이 린다를 더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하게 됩니다. 이를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이라고 합니다. 사회심리학자인 차이켄(Shelly Chaiken)은 사람들은 체계적 사고를 하거나 휴리스틱 중심적인 사고를 한다고 합니다(Heuristic-systematic model of information processing ; HSM). 또한 심리학자인 카너만(Kahneman) 도 인간의 사고방식은 System 1(자동적이고 무의식적임. 일상의 의사결정), System 2(생각 많이 하고, 의식적이고, 복잡한 의사결정)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들 대가들의 연구에서 살펴보면 휴리스틱은 사실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 생각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인간은 매일매일 수많은 의사결정(선택, 판단 등)에 있어서 상당 부분 휴리스틱을 사용해 시간을 단축시키고 효율적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물론 단점으로 비합리적 결정과 편견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휴리스틱은 우리 일상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진화심리학에서는 휴리스틱을 복잡한 일상을 간단하게 살기 위한 생존전략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휴리스틱이 편향이나 오류를 발생시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의 머리가 투자 결정, 부동산 거래, 채용, 이직, 데이터 분석 및 판단 등 업무나 일상의 매우 중요한 결정을 더 잘하기 위해 에너지를 아껴두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휴리스틱이 유발할 수 있는 편향을 먼저 알아둔다면 예상되는 실수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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